남자는 박쥐, 여자는 호박

11월 6, 2018

핼로윈.
듣기만해도 이국적인 이름, 이건 또 어떤 나라의 어떤 풍속인가.

솔. 박쥐가 두 개 달랑거리는 헤어밴드를 쓰고 들어온 솔. 남자아기.
‘솔아, 그건 왜 쓴 거야? 헤어밴드 멋있다. ㅋㅋ’
핼로윈이기 때문이란 걸 알면서 짐짓 물었다.
‘오늘 핼로윈 했어요. 남자는 박쥐예요. 난 남자니까 박쥐  썼어요’
‘아, 그렇구나. 그럼 여자는? 은섬이는?’
‘여자는 호박이요. 은섬이는 여자니까 호박 썼어요.’
‘그거하고 밖에도 나갔니?’
‘아니요, 그냥 안에서 과자 파티만 했어요’
(밀가루 알러지가 있는데 많이 먹고 가려워서 병원에 온 것이다.)

풍속에는 우열이 없다. 그저 다를 뿐. 기이한 외래의 풍속도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는 법. 글로벌이라는 게 어디 아마존과 구글뿐이랴, 우리 아이들은 풍속도 글로벌로 접하는가 보다. 남자는 박쥐, 여자는 호박. 얼굴에 바디페인팅 하고 아토피가 도져서 온 아이도 있었다. 호박을 그렸겠지. 웃자. 어차피 아이가 자라면 풍속과 문명의 유래와 의미를 비평적으로 선별하여 받아들일 능력을 키울 것인즉, 지금은 박쥐 달린 헤어밴드하고 자랑스러운 어린 솔이와 얼굴에 불긋불긋 박쥐와 호박을 색칠한 아이들과 같이 웃자.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