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ue Story I, 첫번째 블루 스토리 7월 16, 2025 20년 독일 생활 마치고 한국에 나와 임상의로 일한 지가 한 20년 된다. 학부부터 독일의대를 나왔기에 소속 대학, 선후배가 없어서 마치 텃밭에 끈 떨어진 된박처럼 혼자 구르면서 20년이 훅 지나갔다. 스스로 대견하여 기념으로 올리브 나무를 한그루 집에 들여놓았다. 계단참에 구스타브 클림트(Gustav Klimt) ‘생명의 나무(The Tree of Life, Der Baum des Lebens)’ 그림 앞에 세워 놓고 ‘이십’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보니 제법 그럴싸하다. 이십. 좋다. 지난주엔가 SBS 아침 뉴스에 ‘영유아 검진 예약 대란(링크)‘이라고 요란스러운 이름을붙여 무명으로 간접으로 소개되었다. 나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줄을 서는 보호자의 제보를 받은 기자가 열대야와 장마가 오가는 여름에 약간 튀는 이야기로 보도한 모양이다. 십수 년을 매월 되풀이된 일인데 지루한 시절에는 이런 것도 보도 재료가 된다. 하여간 재미있는 현상이다. 그 후 원주 건보공단 영유아 검진 부서에서 인터뷰를 나오셨다. 똑똑한 여자분 세 분이 많은 질문을 갖고 방문을 오셨다. 도무지 ‘돈’과는 비껴가는 팔자인 나는 이 모처럼의 기회를 ‘만성적 저수가’ 이야기는커녕, ‘왜 이렇게 영유아 검진에 진심이신가요?’하는 질문에, ‘재밌어서 합니다.’했다. ‘그러면 오전에는 영검만 하시고 진료는 오후에 하시면 안 되나요? ‘한다. ㅎㅎ ‘그러면 직원 월급은 뭐로 줄까요?’하고 물었어야 하는데 기회를 놓쳤다. 물론 우리 직원들의 애로도 확실하게 언급했다. 영검 예약날에는 아침 7전에 출근해서 밤을 새운 부모들의 편의를 봐준다. 그리고 실전을 보시라고 함께 온 부장, 팀장, 주임 세 분 중 주임을 그날 영검에 참관시켰다. 장장 45분. 영양상태, 편식교정, 생활습관, 대근육, 소근육, 안전교육, 인지와 언어, 외반슬, 유연성 평발, 기저귀 떼는 적정한 시기, 자음 중격음 언어교정 필요성, 수면 습관 잡아주기, 정서적 안정감 주기, 교우관계 문제 등등 샅샅이 살피고 엄마 측의 질문 20여 가지를 대답하고 나니 원주 영검부 김주임은 완전히 지쳐서 슬그머니 영검실을 나간다. 조금 안쓰러웠다. 영유아 검진은 한마디로 관심 어린 관찰이다. Here and Now. 아이를 살피고 부모와 진심 어린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대화하다 보면 답은 저절로 나온다. 세계에서 유래를 보기 힘든 ‘정열적이고 머리 좋고 아이 사랑으로 무장한 우리나라 엄마·아빠들’. 이분들은 늘 나를 감동하게 한다. 영유아 검진수가가 거의 최저시급인 걸 부모님들은 아실 필요가 없다. 서로 민망할 뿐이다. 영검 때문에 혹은 진료를 받기 위해 부족하기 짝이 없는 나에게 들러가신 부모님과 아이들은 이 나라의 근간이다. 이 가정들이 이 나라의 기둥이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된다. 잘 키워야 하지 않나… 소중한 인연이다. 미력하게나마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아이 하나마다 별이다. 아이 하나 하나마다 우주다. 아이 하나 하나 또 하나마다 역사다. 우리 어른들도 실은 아이였었다. 이것이 좋아요:좋아하기 가져오는 중... 글 내비게이션 수선화, 목련, 굳은 빵, 그리고 봄The Blue Story II, 두번째 블루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