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산다, 마슈끄 아이들과.

12월 13, 2020

“마슈끄. 엄마, 마슈끄…”

코로나 시대의 진료실 진풍경이다. 구강 진찰하느라 잠시 내린 마스크를 다시 해달라는 아기들. “엄마, 마슈끄 해도!!!!” 고사리손으로 내려진 마스크를 잡아 올리느라 애를 쓴다. 아기 상어 가족이 코 범벅이 된 마슈끄, 엘사 공주가 상큼 웃는 마슈끄, 핑키, 해바라기, 배트맨 마슈끄. 안 하겠다고 고집 피우는 어린 아기들도 물론 간혹 있다. 그러나 대체로는 ‘감동스럽게’ 잘 쓰고 다닌다. 참 놀라운 아이들이다. 벌써 ‘Generation C’, ‘코로나 세대’니 하는 개념도 메스미디어에 혹간 보인다. ㅎ, 차라리 Generation M이 타당해 보인다.

코로나 발생 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총 코로나 사망자는 600여 명 미만이다. 엊그제 독일 뉴스를 보니 로버트 코흐 연구소(RKI)에서 단 하루 580여 명 정도의 코로나 사망자를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엊그제 하루에만 3,000명 이상의 코로나 사망자를 발표했다. 인구 비율을 고려해보더라도 세 나라 간 상대적 사망률은 수백, 수천 배의 차이가 난다.

약 11개월 총 사망자 600명 미만 (전체 인구 6천만 미만, 한국)
매일 사망자 500명 이상(전체 인구 8천만 이상, 독일)
매일 사망자 3,000명 이상(전체 인구 3억 3천 가량, 미국)

숫자에 밝지 않아도 상대 비율적인 비교가 눈에 띈다.
눈을 크게 뜨고 울타리 너머 멀리 볼 일이다. 인프라가 없어 통계를 낼 수 없는 나라, 대륙, 있으나 특정 이유로 내지 않는 나라, 대륙, 인프라도 통계도 가능하나 발표하지 않는 나라, 대륙, 이것도 저것도 없는 데다가, 전쟁, 내전 중인 나라, ‘사람의 값어치’가 앵무새 한 마리만도 못한 나라, 대륙…. 눈을 크게 뜨고 우물 밖을 볼 일이다. 우리는 과연 전 인류가 역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겪는 코로나라는 전염병을 ‘어떻게’, ‘얼마나 잘’ 대처하고 있는가? 참 잘하고 있다. 우리 부모님들, 아기들, 정말이지 칭찬스티커 하나씩 받을만하다. Corona is authentic crisis, surely. We are good, and we can do it. 유행가 가사 같은 게 되려 맘 푸근한 시절이다.

마슈끄 챙겨 쓰는 아이들 보며 대견하고 짠하다. 시작이 있는 것은 끝도 있는 게 자연, 힘들지만 끄느러미 시간을 견디다 보면 이 또한 끝이 보일 것이다. 잊지 못할 한해, 두 해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끝은 있을 것이니, 다만 매일매일 정신줄을 잘 챙겨 잡을 뿐. 이 걱정 가득한 복잡한 시절.

우리 아기들 웃는 걸 못 봐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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