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관하여, 특히 어린 꿈에 관하여.

11월 5, 2023

아이들과 어울려,돌보며,살피며 살다보면 가슴에 진하게, 쉽게 말하면 ‘짠하게’ 와 닿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둔다. 인터넷세상이 좋은 점은 이런 것이다. 사진을 찍어두고 가끔 보면서 각성하고 자성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1. 두고 간 아기신발 한짝

마우스만한 신발.많이 걸어서 때가 묻은 아기 첫신발.
어찌나 맘을 움직이던지…
헤밍웨이의 문구가 떠올랐다.(가장 짧은 ‘소설’이라는 과대포장에 시달리는 하이쿠적인 문구라는게 약간 불경스러운 내생각,ㅎㅎ)

For Sale:
baby shoes,never worn
판매합니다:
아기 신발,한번도 안신었음

이 어린 발로 걸어 갈 멀고 험한 길들이 보인다.

2.손흥민, 가장 그리고 싶은 것

영유아검진 하면서 그림을 그려보게 해보면 정말 대단한? 작품들이 나온다. 아이들의 인지발달이란 언어,인지,감각,공간개념,추상적 표현,상상 능력,예술적 발달정도, 운동능력등등, 다각도로 드러나는 종합적 발달과정, 간단하게 노래도 불러보지만 그림도 그려본다. 패턴의 교육정도를 살펴보는 원시적 수단이라고 할까.처음 만나는 어른이 이것 저것을 만들게도 하고 질문도 하니 낯설고 쑥스러웠을텐데, 마지막으로 제일 그리고 싶은 것 하나 그려볼까?하고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주니, 갑자기 눈이 초롱초롱해지더니 쓱쓱 사람을 하나 그리고선 ‘손흥민’이라고 적는다(그린다). 감동 그자체. 50여개월이 된 수줍은 남자아이의 맘에 자리잡은 영웅 손흥민. 아빠가 동반하셨는데 아들의 그림에 놀라는 눈치였던 기억이 난다. 과연 손흥민이라는 천재축구스타는 자기가 이 어린 아이의 가슴에 이토록 크게 자리잡은 영웅인줄 꿈엔들 알고 있을까….

3. 빡빡이, 아가인형

두손안에 쏙 들어오는 아기인형. 작품:장연미, 눈초롱 어린이집 원장, 인형 작가, 수작업이니 마스터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백혈병 투병하며 만든 셀 수없이 많은 갖가지 인형중 하나. 내두손에 들어온 아기, 아기인형.
어린 아이에게 맘이 열리지 않기는 어렵다.

가끔 생각한다. 어린아이들 앞에서 우리는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아이들 맘을 전부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도록 좀 더 애쓸 필요가 있다. 우리의 편견이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차별적이고 폐쇄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을 좀 더 존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몸이 크고 나이가 많고 독립적이라고 해서 오만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천진하고 무경험하여 위험할 수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소박하고 진지하며 단호하고 겸손한 태도로 경계선을 알려주고 사회적 규율을 가르치고 평화로운 공동의 삶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은 전부 제각각이요, 같은 애가 이세상에 둘이 없다.일란성 쌍둥이도 구분되는 염색체 비율이 존재한다. 사회적 편견에 아이를 뜯어 맞추려는 경향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어른으로써 어떤 자리에 있건,아빠나 엄마, 보육교사나 학교선생님, 의사,미술학원, 피아노 선생님, 태권도 사범님, 편의점 사장님,이웃집 아줌, 아저씨,일일이 열거할수 없이 많은 위치에서 아이들을 접하면서 건강한 상식으로 무장하고 아이들 각각 있는 그대로,성장해가는 여린 나무들처럼 돌봐주는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폐증, ADHD,소위 말하는 스펙트럼,소아 우울증, 경도지진아,휴대폰 중독, 심지어 마약중독까지 아이들에서 별별 신경정신심리학적 질병의 유병율이 늘어 걱정스럽다. 코로나판데미라는 전대미문의 상황과 인터넷의 보급이 맞물려 발생한 전혀 예상치 못한 사회문제중 하나인 것같다.

어린아이들을 보듬고 돌볼일이다. 그외 우리가 무엇을 크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만나고 부닥치는 아이들을, ‘내새끼 남의 새끼 가리지 말고’, 보살피고 이끄는 것 뿐이다.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