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젖짜기 체험학습

11월 3, 2018
탄자니아 방목 목장

‘체험학습’이란 신조어가 낯익어진 지 오래다. 숲 체험, 놀이 체험, 농사 체험 등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경험세계를 직간접으로 넓혀주려는 교육자들의 노력에는 끝이 없다. 봄에는 작은 화분에 꽃씨를 심어 작은 싹이라도 틔우는 경험을 하기를 고대하고, 벼 심기를 체험하러 논에도 가고, 여름에는 딸기농장, 포도농장도 방문하고, 가을에는 고구마를 캐러 가고, 밤도 주우러 소풍 겸 숲에도 간다. 물론 늦가을에는 배추도 뽑으러 가고, 김장 만드는 체험을 하러 쿠킹교실도 간다. 모두가 즐거운 일이다. 야외에서 하는 활동들이라 실내생활이 많은 어린이에게 햇볕도 쐬고 신나는 일이다. 다녀와서 감기가 들더라도 그런 경험은 소중한 것임이 틀림없다. (‘학습’이라고 명하면 약간 어색하고, 농장소풍, 딸기밭소풍, 밤줍기놀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 건 그저 내 생각이다. 학습은 이담에 학교에 가도 넉넉히 하게 될 거니까)

단, 한 종류의 ‘체험학습’은 과연 그 취지가 무엇인지, 체험을 통한 학습의 효과가 어떤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목장에 가서 젖소의 젖을 짜보는 ‘체험학습’이다. 우선 위생 문제이다. 아이들의 손을 아무리 닦아도 수많은 손이 젖소의 젖꼭지를 잡아당길 테니 감염의 위험이 올라갈 것이고, 그로인해 항생제 투여의 가능성도 올라갈뿐더러, 낯선 손에 맡겨진 채 젖을 짜지는 젖소는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짐작이 가지 않는가. 그렇게 짜진 소젖을 그대로 버린다고 한다. 낭비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 세상에는 굶어 죽는 아이들이 아직도 많다. 아프리카 대부분은 여전히 가난하고 배가 고프고, 중동 쪽 기름 안 나는 사막의 유목민도 먹기 위해 노동을 하며 남미의 많은 인구도 결국은 먹기 위해 노동을 하는 경제 수준이다. 인류는 물론 부유해졌으나 여전히 배곯는 사람들이 어디든 있다. 내란, 내전, 전쟁, 기아, 테러지역은 언급할 필요 없이 일용할 양식이 부족해 아사하는 아이들이 많다.

한국은 생활 수준이 높은 선진국이고, 먹거리가 풍부한 산업 대국이요, 부모의 의식 수준이 세계 일류이며 부모들의 교육열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하던 그것이다.

그러나 젖소목장에 가서 소의 젖을 짜보고, 그 짜진 젖을 그냥 버리는 것까지 ‘체험’한 우리 어린이들은 과연 무엇을 ‘학습’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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